저 세상밖으로...

카푸치노 한잔 주세요 본문

소소한 이야기

카푸치노 한잔 주세요

열혈매미 2012. 10. 2. 23:25

"카푸치노 한잔이요. 여기 텀블러에 담아주세요. 텀블러 덮혀주시는거 잊지 말아주시구요, 텀블러 덮히실때 위에 뚜껑을 올려서 김으로 뚜껑도 덮히게 해주세요. 다른건 다 안넣어주셔도 되요. "

   만약 커피집에서 누군가가 바리스타에게 저런 주문을 넣는다면 '저런 김장철 시어머니같은 놈! 카푸치노 한잔 마시는데 왜저리 주문이 많아?!'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저렇게 주문을 넣는데는 사실 이유가 있다.

  먼저, 커피를 마실때 잔을 따뜻하게 덮히는 것은 원칙이다. 뜨거운 커피를 잔에 담을때 잔이 차가우면 커피의 열을 가져가버리려 커피가 식어버린다. 그래서 잔도 같이 덮혀주는데, 보통 텀블러를 주면 텀블러를 받는것이 익숙하지 않은 바리스타의 경우에는 텀블러를 덮히는것을 잊을수 있다. (특히 바쁜시간이나 주문이 밀려있을 경우 익숙치 않은 바리스타에게 이런 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바리스타가 정성스레 뽑은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이곳에 들려 돈을 지불하는데, 정작 텀블러를 덮히지 못해 식은 커피를 받는다면 얼마나 서운하겠는가?! 때문에 텀블러를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처음 보는 바리스타에게 잔을 덮혀줄것을 부탁하는 것은 서로간에 놓칠수 있는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잔을 덮히는 것을 생각을 해도, 역시나 텀블러를 받는 것이 익숙치 않은 바리스타는 텀블러 몸체만 덮히는것을 생각하고 뚜껑을 덮히는 것까지는 생각을 못한다. 그런데 왜 굳이 뚜껑까지 덮혀야 하는 걸까? 사람은 커피의 온도를 입술로 감지한다. 보통은 커피의 온도가 잔으로 전해져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입술을 댈때 이미 잔의 뜨거운 기운을 입술로 느낀다. 이걸로 커피가 얼마나 뜨거운지를 가늠하고 커피를 마시게 된다. 그러나 텀블러의 경우, 커피를 담을 때 뚜껑을 돌려서 열고 담기 때문에 뚜껑으로는 온도가 전달될 시간적 여유가 없어진다. 때문에 뚜껑을 덮히지 않으면 뚜껑을 닫고 나서 커피를 마실때 실제로 이 커피가 얼마나 뜨거운지를 알수가 없다. 그래서 텀블러가 익숙치 않은 사람은 뜨거운 커피를 담아 텀블러를 마실때 그 온도를 가늠치 못해 입술과 혀가 데이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뚜껑을 같이 덮혀놓으면, 이 사실을 모르더라도 커피를 마시면서 혀가 데이는 일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식은 커피를 마시고 싶지도 않다. 또 뜨거운 커피에 내 입술과 혀가 데이고 싶지도 않다. 김장철 시어머니같은 주문을 넣는 나도 민망하지만 부득이하니 바리스타님은 좀 이해해주라. ㅋㅋㅋㅋ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Comments